세종투데이
NOW세종인#162 우리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 만화애니메이션텍 한창완 교수를 만나다
-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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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완 교수
학생들에게 울림 있는 말을 자주 건네는 것으로 유명한 교수가 있다. 그는 바로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이자 학생지원처장을 맡고 있는 한창완 교수이다. 그와 마주 앉아, 교육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인공지능융합대학 창의소프트학부에서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을 맡고 있는 한창완 교수이다. 전국에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120개 이상 되는데, 그 중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교수는 나 하나뿐이다. 대부분이 디자인이나 예술 계열 전공자들인 반면 나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꽤 이례적인 이력이라고 볼 수 있다. 세종대가 1996년에 국내 4년제 대학 최초로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만들었을 때부터 강의에 참여했다. 그때는 시간강사로 시작해 4년 동안 강의를 했고, 이후 2000년에 전임교수가 됐다. 전임교수로만 26년째고, 세종대와 함께 한 시간까지 합치면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그만큼 만화·애니메이션 교육의 역사와 흐름을 함께해 온 셈이다.
Q. 교수님의 진로에 영향을 준 계기나 전환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목포에서 다녔다. 서울로 대학을 가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지방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드라마 PD가 되고 싶었다. 당시 미니시리즈나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시청률 50% 이상을 기록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 꿈을 안고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시절에는 연극반 활동도 했다. 배우, 연출, 무대감독까지 다양하게 경험했지만, 나보다 훨씬 재능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 무렵 ‘매체경제학’이라는 생소한 수업을 처음 접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장용호 교수님이 강의한 과목이었는데, 기존의 저널리즘이나 정치경제학 중심의 커리큘럼과는 전혀 달랐다. 수요·공급 곡선, 재무제표 등 주류경제학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 수업에서 전혀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내가 학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Q. 세종대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하다.
A. ROTC 중위로 전역한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다양한 미디어 산업을 공부하던 중,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만화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십 명의 현장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한국만화산업연구'라는 석사 논문을 1994년에 완성했다. 이 논문은 1995년 한겨레신문과 한국일보에 소개됐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초기 기획에 참여하게 됐고, 이 행사의 성공을 계기로 세종대로부터 강의 제안을 받게 됐다. 그렇게 1996년 세종대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2000년에는 전임교수가 됐다. 학과 설립 초기부터 커리큘럼을 새롭게 신설하고, 전공 정체성을 다듬는 데 깊이 관여했다. 그림을 직접 그리지는 않지만, 학생들과는 늘 현장에서 함께했다. 전공 수업은 물론 외부 연구 프로젝트, 석·박사 논문 지도, 세미나와 컨퍼런스, 페스티벌 활동까지 함께하며 실천적인 교육을 실현해 왔다. 이후 학교 언론사 주간교수, 융합예술대학원장, 입학처장, 학생지원처장을 역임하며 행정적인 역할도 맡게 됐다. 특히 입학처장 시절에는 전국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하며 세종대를 알렸고, 1년 만에 수시 경쟁률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입시 성과도 냈다. 지금은 학생지원처장으로서 학생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총학생회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Q. 학생들을 지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A. 코로나 이후 학생들을 다시 마주하면서 세대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 이제는 학생들의 부모님보다도 내가 나이가 많다 보니 세대 간 인식과 감각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됐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내가 구성한 커리큘럼이나 수업 내용은 늘 학생들보다 앞서 있었고,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는 데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학습하는 정보량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 공부하는 양이 훨씬 많아졌고, 그 흐름을 모두 따라잡는 것이 더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수업 방식도 전면적으로 바꿨다. 지금은 대부분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진행한다. 내가 수업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세상의 변화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면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각자 공부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수업 시간에 함께 토론하는 식이다. 그 안에서 학생들이 오해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부분만 내가 수정해 준다. 이런 방식으로 오히려 나도 많이 배우고 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예전과는 다른 점이 또 있다. 예전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공부할 때 독자와 사회를 먼저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그리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자기가 좋아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즐기며 몰입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다만, 콘텐츠가 단순히 자기표현의 수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는 결국 타인에게 살아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는 대리만족의 장치이다. 사랑, 공포, 추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감정을 대신 경험하도록 도와주며, 이러한 콘텐츠의 역할은 결국 ‘공헌’과 ‘기여’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작게는 자신이 속한 업계와 사회 더 나아가 학문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고, 넓게는 국가와 인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OTT 플랫폼을 통해 누구의 이야기든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이다. 내가 만든 이야기가 언제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학생들이 함께 공감해 주었으면 한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넘어서, '이 콘텐츠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Q. 현재 학생지원처장을 겸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있어 ‘좋은 대학 생활’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술, 자유, 사랑’이라는 세 가지 경험을 1, 2학년 때 꼭 해보라는 것이다. 첫째는 술이다. 잘 마시든 못 마시든, 스스로 어디까지 마실 수 있는지를 경험해 봐야 한다. 지나친 음주는 실수를 부르고, 때론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아야 한다. 젊을 때 한 번쯤은 큰 실수도 해봐야,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둘째는 자유이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마음껏 놀고 방황해 보는 것도 대학 시절이기에 가능한 경험이다. 학사경고를 받을 만큼 자유롭게 지내보면, 그 시간이 얼마나 허무하게 지나가는지를 알게 되고 오히려 공부가 더 쉬웠다는 걸 깨닫게 된다. 셋째는 사랑이다. 짝사랑이든 외사랑이든, 혹은 이별이든 고백이든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좋아해 보고, 또 마음을 다쳐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 얼마나 어렵고 고귀한 것인지를 알고, 사람을 대할 때 더 깊은 존중과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

▲한창완 교수는 현재 학생지원처장을 맡고 있다.
Q. 바쁜 일정 속에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작은 즐거움이 있다면?
A. 나에게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40대 시절에는 마라톤 풀코스를 다섯 번이나 완주했을 만큼 달리기를 즐겼고, 지금도 매일 아침 50분씩 러닝머신에서 뛰거나 걷는다. 여름에는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한 러닝머신 위에서 드라마를 보며 운동하는데, 아침 운동의 상쾌함은 직접 해본 사람만이 안다. 처음엔 힘들지만, 습관이 되면 오히려 중독처럼 즐거운 일이 된다. 젊을 때부터 이런 운동 습관을 들여놓으면 평생 간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지금 시작하는 운동이 결국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바쁜 일상을 견디게 해 주는 힘은 ‘종교적 믿음’이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외롭고 고독한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럴 때 자신을 지탱해 줄 내면의 중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종교의 형태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운동과 믿음, 이 두 가지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큰 에너지이다.
Q. 위로가 되거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
A.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20대 시절 막 ‘교수’라는 꿈을 품기 시작했을 때 처음 이 영화를 봤고, 그 이후로도 중요한 순간마다 다시 꺼내 보곤 했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키팅 선생님은 단순한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인생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인물이었다. “캡틴, 캡틴, 오 마이 캡틴!”이라는 명대사와 함께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서는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당시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였고, 학생들은 모두 정치인, 법조인, 기업 총수 등 사회 상류층의 자녀들이었다. 자연스레 부모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려 했지만, 키팅 선생님은 그들에게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시를 읽고, 사랑하고, 아픔과 감동에 눈물 흘릴 줄 아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삶이야말로 인생의 진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교수로서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가르쳐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 계기였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함께 고민하고 이끌어주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그때 했다. 지금도 마음이 흔들릴 때면 이 영화를 다시 보며, 처음 교단에 섰던 그 다짐을 되새긴다.
Q. 최근 국토대장정 동안, 매일 아침 전한 격려사가 참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아이디어는 평소에 어떻게 떠올리게 되는지 궁금하다.
A. 매년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은 아침이다. 전날 힘겹게 걸었던 학생들은 숙소에서 시원하게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출발선에 선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또다시 뜨거운 햇볕과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 막막한 아침,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루를 다시 걸어갈 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밤새도록 하게 된다. 그래서 전날 밤에는 여러 책에서 메모했던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평소에 떠올렸던 생각들을 되짚으며, 다음 날 아침에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를 고르고 정리해 전달하려 한다. 단순한 격려를 넘어 “다치지 말자”는 당부와 함께 세종대 학생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준비한다. 학생들이 기억해 주는 말들도 있다. 특히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그러려고 만든 게 아니다”라는 말이 많은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들었다. 그 말을 밈처럼 따라 하기도 하고, 걷는 내내 되새기며 서로를 격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뿌듯했다. 몇 분짜리 짧은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Q. 앞으로의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교수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어떤 꿈을 그리고 있는가?
A.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역의 아이유가 “그 회사에서 진짜 어른을 만났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나도 학생들에게 그런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다. 세종대를 졸업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어딘가에서 학교 이름을 들었을 때 “그때 참 좋았다”, “진짜 어른을 만났었다”는 따뜻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길 바란다. 앞으로 남은 8년 동안, 이 학교가 누구나 신뢰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진정한 명문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세종대에 입학하고 싶어 하고, 졸업한 뒤에도 “나는 세종대 출신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학생들을 위한 환경 개선도 중요한 과제이다.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실 운영부터 강의·학습 공간과 흡연 구역 문제까지,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바꿔가고 싶다. 특히 미국의 주요 대학들처럼 ‘금연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학생들과 함께 공감대를 넓혀가며 하나씩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노후를 맞이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세종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내가 입학처장을 맡았을 때 만든 구호가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발전한 학교, 앞으로 10년간 가장 발전할 학교”, 그리고 “세종대학교는 매일 새로운 세종대학교와 경쟁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도 그때 만들었다. 단순히 멋을 위한 말이 아니라, 대학도 매일 나 자신과 경쟁하며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자기 자신과 계속 싸우며 더 강해지듯, 우리 학교도 늘 그렇게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도 지금 이 학교의 모습에만 만족하기보다는, 매일 새로워지는 세종대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내가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서울대 학생들조차 갖고 있다. 더 좋은 과에 못 갔다는 아쉬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마음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얼마나 잘 만들어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종대는 앞으로 분명히 더 좋아질 것이다. 교수들도 그런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고, 행정과 시스템도 계속 혁신하고 있다. 우리 학교가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눈앞에 둔 만큼, 학생들도 함께 자부심을 갖고 위상을 높여줬으면 한다. 그렇게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바꿔 나간다면, 10년 뒤쯤에는 “세종대 나왔어? 좋은 학교잖아. 어떻게 들어갔어?” 이런 이야기를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듣게 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여러분이 있었으면 한다.
취재/ 문준호 홍보기자(mjh3027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