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철 동문
이영철(무용과·98) 동문은 국립발레단 발레 마스터이다. 국립발레단은 1962년에 창단된 국내 최초의 직업발레단이며, 현재 국내 최정상 무용수 6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2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현재의 위치에 오른 이 동문을 만났다.
Q. 발레 마스터는 어떤 일을 하는가?
A. 국립발레단에서 코치 역할을 한다. 작품 계획이 세워지면 무용수들의 리허설 지도부터 무용수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전반적인 상황을 코치한다. 한마디로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Q. 어떻게 발레 마스터가 되었는가?
A. 30대 중반에 처음 단장님께 제의를 받았다. 당시 감사했지만 선뜻 응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몇 차례 거절했었다. 2018년에 결혼을 하고 40대가 되면서 무용수 이후의 삶을 생각 안 할 수 없었고 발레 마스터를 결심했다.
Q. 언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는가?
A. 2002년에 처음 입단했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2시간 정도 긴 공연에서 기본기 부족이 계속 드러났다. 러시아 유학을 고민하며 2005년 국립발레단을 그만두었지만 2006년에 다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입단 후 2009년 수석 무용수가 되어 11년간 활동했다.
Q. 오랜 시간 무용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는가?
A. 부상당하지 않는 것과 강인한 정신이다. 무용수 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부상 때문에 무용수 생활을 계속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수석 무용수라 해서 모든 무대에 선발되지 않는다. 무대에 오르지 못해도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는가?
A.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일대기를 그린 ‘차이콥스키’, 에스파냐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카르멘’, 카리스마 있는 신부 역할을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들을 했을 때이다. 세련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다. 유럽에서 온 안무가와 친구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춤출 수 있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Q.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A. 대학 졸업 후 프로로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이다. 발레단에 입단하고 갑자기 연습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몸이 못 버텨 슬럼프가 왔다. 3개월가량 시체처럼 의욕 없이 지낸 것 같다. 그러던 중 이원국 선생님이 정신적인 면의 중요함을 알려주셔서 극복할 수 있었다.
Q. 대학생활은 어땠는가?
A. 고등학교 때 백업댄서 생활을 했다. 무용을 늦게 시작해서 기본기가 부족했다. 부족했던 만큼 더욱 열심히 노력했고, 교수님들께서 그런 나를 항상 앞줄에 세워 더욱 자극을 받았다. 공강 시간이면 항상 친구들과 연습했고 방학과 축제 때도 연습실에서 연습하면서 보냈다.
Q. 백업댄서 생활을 하다가 어떻게 발레를 하게 되었는가?
A. 백업댄서로 활동하다가 춤을 더 잘 추기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 하루는 국립발레단에 발레 공연을 보러 갔었다. 발레는 무용수가 무대 위의 주인공인 것이 너무 부러웠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찬사를 보면서 발레를 선택하게 되었다.
Q. 백업댄서 경험이 무용수 생활에 도움이 되었는가?
A. 백업댄서로 활동을 했지만 현대 무용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학부 때 발레 수업 외에도 현대 무용 수업도 자주 들었었다. 현대 무용을 통해 배운 동작들이 클래식 발레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Q.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있는가?
A. 3월에 있을 ‘해적’ 공연과 4월 ‘라 바야데르’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해적’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고전발레이다. 터키에 점령된 해안지방을 배경으로 정의로운 해적이 아름다운 그리스 소녀들을 구출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했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며, 인도 왕실을 배경으로 무희와 전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Q. 무용수를 지도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A. 국내 최정상의 무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영광인 동시에 자신에게 늘 엄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마스터라는 위치는 무용수들보다 늘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 철저한 리허설 계획을 위해 작품과 무용수들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Q. 발레마스터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
A. 발레를 하는 예술가로서 올바르고 일관된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다. 그리고 발레 마스터로서 후배들의 예술적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는 감각이 좋고 성실한 마스터가 되고 싶다.
Q. 앞으로 계획은?
A. 무용수들과 함께 거울을 보면서 같이 지내다가 이제는 여러 무용수를 혼자 마주한다. 발레를 오래 했지만 어색하고 새로운 느낌이 든다. 새로운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해서 인정받는 발레 마스터가 되고 싶다.
Q.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학부 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사회에 나오면 전공지식과 뛰어난 실력 외에도 중요한 것이 많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조건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취재/ 이석진 홍보기자(klsj12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