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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세종인#133 해외 Post-Doctor로 일하고 있는 문혜란 동문을 만나다.
2024-04-05 hit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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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란 동문


문혜란(분자생물학과⦁11) 동문은 2023년도 8월부터 해외에서 Post-Doctor로 근무하고 있다. Post-Doctor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거나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의미하며, 흔히 포닥이라고 불린다. 현재 포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Q. 해외 Post-Doctor은 무슨 일을 하는가?

한국 포닥과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 이외에도 논문 작성, PI의 연구 과제 수행, 자체 과제 신청 및 진행을 맡고 때로는 대학원생 지도를 맡는다. 대학원생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포닥은 연구의 깊이와 범위에서 더 많은 것이 요구되며, 학생이 아니라 연구원으로 매해 연구 성과를 평가받고 이는 이후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해외 포닥은 다른 대학이나 연구 기관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


Q. 현재 연구분야는 무엇인가?

식물과 미생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보리와 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병원균들에 대한 저항성 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한다. 병 저항성을 제공하는 식물 유전자의 분리 및 면역 반응 경로의 상세 분석을 통해, 식물과 병원균 간의 상호작용을 명확히 이해해 농업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Q. 해외 포닥의 근무환경은 어떠한가?

미국은 자녀 관련 일정에 대한 이해가 높고, 근무 시간의 유연성이나 휴가 정책도 합리적이다. 또한 작물 연구에 대한 가치 의식이 높아 풍족한 연구비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교육 코스와 학회의 기회도 많다. 실험실 공간도 넓고 온실이나 필드 등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도 잘 갖줘져 있다. 또한, 배지와 항생제 같은 기본 시약 준비와 기계 정비, 온실 관리 등의 일을 맡은 다양한 전문직들로 인해 포닥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Q. 해외 포닥이 되는 방법은?

박사 후 과정이기 때문에 먼저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이후에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가고 싶은 연구실의 PI에게 직접 이메일로 지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것이다. 공고는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시대에 맞춰 SNS에도 많은 공고가 올라온다. 다음 단계로는 미팅을 하게 되는데 거의 화상회의를 이용하고, 그 횟수와 방식은 실험실에 따라 다르다. 일대일 미팅을 하기도 하고 실험실원 전체와 미팅을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통과되면 공식적인 제안서를 받은 후 영어 공인성적 등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하면 해외 포닥에 진출하게 된다. 


Q. 해외 포닥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사 학위까지의 과정은 길기 때문에 그 사이에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고 반대로 과하게 열정이 불타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실험의 실패와 성공, 모든 정신적, 환경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매일매일 본인의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연구하다 보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쌓이게 되고 이것이 해외 포닥으로 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식물분자병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분자적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흥미로웠다. 파이펫을 이용한 실험이 재밌었고, 한 유전자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그 메커니즘을 파고드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분자생물학과는 동물과 식물 두 분야에 대해 모두 다루지만 개인적으로 동물 연구에 대한 막역한 두려움이 있어, 전공을 식물로 결정했다. 다양한 식물 전공 중에서도 특히 세계적인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식물분자병리학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싶었다.


Q. 대학교때 제일 의미 있던 활동이 무엇인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과 학부 시절 실험실 생활이다. 영화관, 카페, 음식점 및 공장 단기 아르바이트 등의 경험으로 내 적성이 서비스직이나 생산직이 아님을 파악했다. 그러다 학부 3학년 겨울방학부터 박창진 교수님 실험실에 참여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식물분자병리학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더욱 커졌다. 과 특성상 눈으로 볼 수 없던 이론들이 실험 결과로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주말에도 왕복 4시간을 통학할 정도로 정말 즐겁고 재밌었다. 이때 두근거렸던 마음이 힘든 대학원 생활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Q.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의 분야가 모두 같은데 해당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학부는 단순히 어린 시절 과학을 좋아해 선택했다. 학부 동안 분자생물학과 교수님의 가르침으로 흥미가 깊어졌다. 이후 석사 과정 동안 식물과 병원균이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좋아 박사 과정을 결심했다. 이때 부모님은 다른 대학을 권유하셨으나, 박창진 교수님 지도 아래서라면 연구 이론이나 기술만이 아닌 과학적 사고와 연구의 본질을 배우며 더욱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해 동일 학교에서 계속해 학업을 이어갔다.


Q. 연구를 하면서 힘든 적은 없는가?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을 하는가?

실험이 실패하거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 지원한 과제에서 떨어졌을 때, 오랜 학위 기간으로 인해 지쳐갈 때 등 힘든 일은 무수히 많았다. 힘든 일은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하나가 생겨나고 그 종류 또한 다양하므로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는 것 같다. 가끔 운동이나 음주 등으로 기분전환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집에서 나왔을 때의 시원하고 깨끗한 아침 공기, 맛있는 점심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찾는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매일 함께했던 실험실원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힘든 순간마다 큰 힘이 됐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현재 미네소타 대학에서 좋은 연구 성과들을 내는 것이다. 미국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만큼 영어 능력 향상과 다른 과학자들과의 네트워크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계속해서 연구할지,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경험을 더 쌓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항상 열심히 연구하고 스스로를 개발할 계획이다.


Q.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연구했으면 좋겠다. 호기심에서 열정이 나오고 즐거움에서 원동력이 생긴다. 실험실 생활을 하면 사실 바라던 결과를 얻을 때보다 아닐 때가 더 많다. 과학이란 게 밝혀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negative result’가 실패가 아닌 ‘그렇지 않다’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고, 이를 포함한 모든 실험 결과가 최종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 가는 길에서 후배들이 결과에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길 바란다. 



취재/ 윤서영 홍보기자(paimsg9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