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이 없어 아쉬웠다. 시험공부와 아르바이트로 학기를 보내며,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마침 내 시선을 이끈 건 ‘국토대장정 참가자 모집’ 공고였다.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과 아름다운 제주도를 걸을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이 부풀었다.

제주도 250km를 걷다
1학기 종강 후 국토대장정을 떠나기 전, 학교에서 사전교육이 이뤄졌다. 두 번에 걸친 사전교육을 통해 11박 12일간의 국토대장정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걸어야 하는 거리는 총 250.1km였다.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도 한 바퀴를 일주하는 코스였다. 처음에는 250km가 얼마나 긴 거리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힘든 여정이 펼쳐질지는 개의치 않고 자신만만하게 제주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국토대장정의 하루는 길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모두 모여 기상 체조를 하고, 아침 식사 후 8시부터 걷기 시작한다. 모두 같은 차림을 한 60명의 대원이 행렬을 이루어 앞으로 나아간다. 한 시간 가량 3km를 걷고 15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오래 걸은 날은 30km를 넘게 걸었다. 하루 8~9시간을 걸으며, 지칠 때마다 다 같이 목청이 터질 듯 응원구호를 외쳤다. 뉘엿뉘엿 여름 해가 지고 난 후에야 퉁퉁 부어버린 다리를 끌며 그날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제주도의 뜨거운 태양이었다. 지금껏 가장 덥다는 제주도의 폭염은 매일같이 최고온도 기록을 갈아치우며, 머리 위로 햇볕을 내리쬐었다. 생수통이 금세 뜨거워져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기도 어려웠다. 대신 쉬는 시간마다 학생지원처 직원분이 시원한 간식을 준비해주신 덕분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시원하게 파도치는 제주도의 바다 풍경도 우리에게 위안이 되어주었다. 모두가 지칠 무렵, 제주 바다를 헤엄치는 야생 돌고래 떼를 마주쳤을 때는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다 같이 땀방울 흘리며 걸었던 기억은 제주도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강렬히 남아있다.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국토대장정
돌이켜보니 11박 12일 동안 나는 항상 웃고 있었다. 어느 날은 비가 크게 쏟아져서 비옷을 입고 오래도록 걸어야 했다. 비옷을 잘못 입은 탓인지 몸이 전부 비에 젖어 몸살감기를 앓았다. 1학년 때부터 혼자 살다 보니 몸이 안 좋으면 자취방에서 홀로 앓다가 마는 게 익숙했다. 그런데 국토대장정에서는 조원들이 나의 상태를 먼저 살펴주고 걱정해주었다. 내 배낭을 대신 짊어지고 뒤에서 등을 밀어준 조원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내가 지칠 때마다 “박현지 파이팅!”을 외쳐주던 조원들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귀에 생생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모두가 함께했기에 포기하지 않고 국토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면 금세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아무리 험난한 길을 걷더라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조원들이 있었기에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함께했던 60명의 대원과 모두의 안전을 위해 힘써준 스태프분들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국토대장정에 도전했던 이번 여름을 떠올리면 입가에 자연스레 웃음이 번진다. 여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여름날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