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소식

박물관 유물이야기-토우
2021-10-28 hit 793
폰트줄이기 폰트키우기

토우

 

황보 경(박물관 학예주임)

 



 토우(土偶)는 흙으로 빚은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동양이나 서양에서 구석기시대부터 만들어졌고, 제작 목적이나 용도도 대체로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토우가 신석기시대(新石器時代)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산 범방과 김해 수가리패총에서는 인물형 토우가 출토된 바 있고, 통영 욕지도패총에서는 멧돼지 토우 2점이 발굴되기도 했다. 삼국시대부터는 인물과 동물 등 다양한 종류의 토우가 만들어졌으며, 출토 장소도 무덤과 건물지, , 바닷가 등 여러 곳이다. 우리 박물관에는 마상(馬像) 즉 말 토우가 몇 점 소장되어 있으며, 포천 길명리 유적에서 발굴된 멧돼지 토우도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말〔馬〕은 힘이 세서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고, 빠른 속력으로 먼거리를 이동할 때 유용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삼국사기』에서는 백마(白馬)가 신라 혁거세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고, 동맹이나 결의를 다질 때 말을 희생(犧牲)[1]하여 그 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이와 같이 말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토우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의미로

 훼기(毁棄)[2]되어 땅에 묻히기 시작했다. 무덤에서 출토되는 토우는 피장자(彼葬者)가 말을 타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영매자(靈媒者)[3]로서의 동물로 이해되고, 공헌적 부장(副葬)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말 토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는 4세기경 흙으로 만들어지다가 7~8세기경 금속제로도 만들어져 다양한 재질과 형태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박물관의 말 토우(<사진1,2>)도 삼국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갈퀴도 표현되어 있다. 안장도 갖추어져 있어서 사람이 타던 말을 토우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다리와 꼬리 등이 부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러 훼기하여 제사용(祭祀用)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돼지〔豚〕는 복()을 부르는 동물로 선사시대부터 가축화 되었고, 일찍부터 제사 때 희생으로 바쳐졌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는 돼지가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신성시 되었는데

제물(祭物)임과 동시에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




<사진3>토우는 길명리 유적의 삼국시대 초기 집터에서 출토된 돼지로 머리와 주둥이가 길게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멧돼지로 보이고, 꼬리가 결실되어 있다.

 토우들은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의 삶과 죽음, 종교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만들어졌다

주로 하늘과 땅, 바다 등의 자연신에 제사를 지낼 때나 저세상으로 가기 위한 매개체 또는 성곽이나

 건물지, 무덤 등 생활 및 죽은이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 살아있는 동물대신 묻어 두었다

토우는 흙이나 나무, 청동, 철 등의 다양한 재질로 제작되었는데

요즘은 고고학적인 발굴조사를 통해서 출토된 토우가 많기 때문에 가까운 박물관을 방문하면 만나볼 수 있다.

 

■참고자료

국립전주박물관, 2017,『미니어처 말 馬2.

서강민, 2017,「한국 고대-조선시대 미니어처 말 제의의 변천 양상 연구」, 위의 도록.

세종대학교 박물관, 2003,『포천 길명리-초기 삼국시대 집터 발굴조사 보고서-.

천진기, 2006,『한국 말 민속론』, 한국마사회 마사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1] 천지종묘(天地宗廟) 제사 때 제물로 바치는 산 짐승을 일컫는 말로 희()는 색이 순수한 것, ()은 길함을 얻지 못해 죽이는 것을 의미한다. 희생(sacrifice)이란 말은 원래 라틴어로 ‘성스러운 것으로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2] 훼기는 어떠나 물건을 헐거나 깨뜨려 버리는 행위로 일종의 주술 행위로 보고 있으며, 토우의 머리나 다리, 꼬리 등을 일부러 부러트려 무덤이나 땅에 묻는 경우가 많다.

[3] 죽은 자의 영혼을 접신(接神)하여 그들을 대신해서 말을 하거나 일을 대신해주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