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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이건 타살이야" 아름다운 사인. 세종극예술연구회, 제 46회 걸음마공연
2010-06-09 hit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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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 세상을 망친다는 생각해 본적 없으세요?"

"썩은 사회 속에 버려졌단 생각은 해봤죠."

세종극예술연구회가 주최한 제 46회 걸음마공연 '아름다운 사인'이 우정당 2층 만남소극장에서 개최됐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걸음마공연 '아름다운 사인'은 자살을 최후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4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걸음마공연이란 출연 배우가 모두 신입회원으로 구성돼 워크숍의 성격을 띠는 공연을 말한다.

유화이(조예림 분)는 부검사(剖檢士)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한껏 부푼 예비 신부이기도 한 그녀에게 이른 아침 4구의 시신이 맡겨진다. 모두 자살이라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인을 위해 부검을 의뢰받은 것. 그녀는 바쁜 남자들을 대신해 유서 확인과 알코올로 사체를 닦는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4명의 죽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한 16세 여학생, 남자 상사의 잇단 성희롱과 정인의 배신으로 죽음을 택한 21세 직장여성, 불임이란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받은 30세 가정주부 등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평범한 꿈을 꾸던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은 처음 자살자와 대조돼 보였던 부검사 유화이의 심정 변화를 그리며, 유화이 역시 아직 죽지 않았을 뿐 그들과 같은 입장에 놓여있음을 강조했다.
 
연출자 정욱현(천문우주학과, 06) 학생은 "사회는 공연 속 자살자를 비판하겠지만,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던 사인은 아름다운 사인이다"며 "도움을 주신 모든 선, 후배님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세종극예술연구회는 일 년에 2번 정기공연과 신입생 워크숍 공연인 걸음마공연을 하며, 동아리 경험을 살려 극단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와 후배간의 품평회 및 친목도모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취재 및 글 l 박지해 홍보기자 (parkjigogo@naver.com)